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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he thin white line
가늘고 하얀 선


촉촉하고 동글동글한 겨울바람이 산을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.
그 소리는 또렷한 말이라기보단 속삭임, 바람이라기보단 비와 닮았다.
모든 걸음은 우연이고, 산책자는 처음 만나는 얼굴 앞에서 경탄한다.
그리고 가만히 얼굴의 발자국을 상상한다.
얼어붙은 강 위로 깨끗한 눈이 얇게 쌓였을 것이다. 바람은 어떤 그림자도 드리우지 않고 자신의 모양을 남겼다.
얼기설기 옅게 떠있는 털구름처럼, 어떤 부분은 매끈한 조약돌의 옆모습으로.
밤이 다 될 때까지 풍경 앞을 배회하던 산책자는
자신의 방에 돌아오고 나서야, 눈이 부셔 그 자리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을 발견한다.
가늘고 하얀 선.
하늘, 산과 강, 시간과 빛 그리고 내린 눈과 바람. 그것들은 마침내 하나의 선으로 귀결된다.
산책자는 그 모든 율동들이 가늘고 하얀 선으로 만나는 것을 보며 잊을 수 없는 경이감에 오래오래 머문다.
기다랗고 하얀 침묵을 닮은, 가늘고 하얀 선.
2022. 0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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